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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혼(國魂)을 팔은 자

제31편 백낙준 — 지성으로 나라를 세우고, 권력에 무릎 꿇은 교육자

by daonara 202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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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 개요

백낙준(白樂濬, 1895~1985)은 평안북도 곽주군 출신의 기독교계 지식인이자 교육자였다.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의 초대 총장이며, 한국어·한국사 교육의 틀을 세운 국학과 민족학의 선구자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말기에는 내선일체를 찬양하고 학병 모집을 선동한 지식인, 해방 이후에는 정치와 교육, 종교의 권력자, 말년에는 유신체제에 반대하며 민주화운동에 동참한 회개한 지성인으로 남았다. 그의 삶은 한국 근대 지식인의 모든 그림자를 품고 있다시대에 깨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자유롭지 못했던 인간의 초상.

 주요 활동과 사상

평안북도 곽주 출생. 미국 파크대학·프린스턴·예일대학원에서 신학·철학 전공. 귀국 후 연희전문학교 교수로 부임, 이후 교장·총장으로 승진. 한국어와 한국사 교육의 기틀을 세우고, 조선의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기독교적 민족주의자로 평가받았다. 그의 초기 신념은 신앙과 학문으로 조선을 일으킨다였다. 그러나 그 신념은 전쟁과 권력 앞에서 서서히 변해갔다.

 친일 행적 — ‘학문의 이름으로 제국을 정당화하다

1942, 일제가 조선인 청년을 학병으로 징집하기 시작하자 백낙준은 강연과 기고를 통해 이를 옹호했다. 내선일체를 강조하며조선 청년은 일본 청년과 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발언. 『매일신보』, 『조선일보』 등에 전쟁 동원 찬성 논설 게재. 황민화 운동을 지지하며천황의 은혜에 보답하자는 강연회 주도. 그는지식인의 시대적 책임을 말했지만, 그 말은 전쟁을 합리화한 변명이 되었다.  지식은 시대를 섬길 때 빛난다.” 그의 이 문장은, 결국 지식이 권력을 섬기게 된 현실의 고백이었다.

해방 후교육자로의 귀환과 정치의 문턱

1945년 해방 후, 그는 친일 논란 속에서도 연희전문학교를 재건하며 교육으로 속죄하겠다고 말했다. 1949년 연희대(연세대 전신) 초대 총장. 1950년대에는 국회의원, 교육부 장관, 국회의장 역임. “기독교적 도덕과 국민교육의 조화를 주창하며 국가 교육의 틀을 설계. 하지만, 그는 정치와 교육을 오가며 지성의 독립성을 다시 한 번 권력 아래 두었다. 그가 만든 교육은 체제의 교육이었고, 그의 신앙은 여전히 현실의 논리로 타협했다.

 유신체제와 민주화운동늦은 회개

1970년대 들어 백낙준은 박정희의 유신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대학 내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권력이 신앙과 진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지식인이 침묵할 때, 시대는 무너진다.”

기독교계와 대학 사회의 민주화운동에 연대하며 그는 한때의 변절을 **“영혼의 부끄러움으로 남는다”**고 표현했다. 그의 말은 참회의 울림이었지만, 그가 일제 말기에 젊은이들에게 강요했던충성의 기억을 덮을 순 없었다.

 나는 젊은 날, 잘못된 시대를 섬겼다. 이제는 하늘의 뜻을 섬기고 싶다.”

그의 말은 늦은 고백이었지만, 그 고백 덕분에 그는 노년의 양심으로 다시 평가받게 되었다.

 양면의 지식인시대의 거울

그는 한국어와 역사를 지켰지만, 제국의 전쟁을 설득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을 가르쳤지만, 그 신앙으로 체제를 합리화했다. 그는 민족교육의 선구자였지만, 지식의 윤리를 놓친 현실주의자였다. 백낙준의 인생은 지식이 양심을 잃을 때 얼마나 쉽게 권력의 언어가 되는가를 보여준다.

 오늘의 시사점

그는 시대마다 깨어 있었지만, 그 깨어 있음은 언제나 권력의 눈을 의식한 깨어 있음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남긴 말처럼 지식은 시대의 거울이지만, 그 거울이 권력을 비추면 진실은 왜곡된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식은 언제 권력이 되고, 양심은 언제 침묵하는가.

⑧ 다온의 한줄 정리

“하늘을 가르쳤지만, 권력 앞에 무릎 꿇었고, 말년에야 양심을 되찾았다.”

⑨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친일인명사전》, 민족문제연구소, 2009

《대한민국 교육 100년사》, 교육부, 2017

《연세대학교 100주년 사료집》, 1985

《오마이뉴스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친일파》, 2023

《매일신보》, 1942 10월호 학병제 찬성 논설

《기독교와 민주주의의 길》, 대한기독교회 자료집,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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