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인물 개요
지청천(池靑天, 1888~1957) 본명은 지석규(池錫奎). 서울 출신의 양반가 자제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무예에 능했으며, 조국의 운명을 걱정하던 청년이었다. 1905년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된 뒤, 그는 1907년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에 입학했으나 1909년 무관학교마저 폐교되며 꿈이 좌절됐다. 그는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뜻 하나로, “적을 알아야 조국을 지킨다”는 심정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육군사관학교(23기) 에 입학했다. 그 선택은 변절이 아니라 생존의 길이자 배움의 길이었다. 하지만 일본군 장교가 된 뒤, 그는 자신이 섬기는 군대가 조국을 억압하는 제국의 칼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내가 들고 있는 총구가, 내 조국을 향하고 있었다.” 그 깨달음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② 일본군을 버리고 — 탈영, 그리고 망명
1919년 3·1운동 소식을 들은 그는 충격을 받았다. 조국의 백성이 총검 아래 신음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일본군 중위의 신분을 버리고 탈영했다. 만주 삼원보로 망명한 그는 이상룡, 김규식, 이시영 등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하며 신흥무관학교 교관으로 부임했다. 이곳에서 그는 후일 청산리 전투의 주역이 될 수많은 독립군 청년들을 직접 길러냈다. “나라를 잃은 군인은 군인이 아니다. 나는 이제 조국의 군인이 되겠다.” 이 말은 그의 새로운 삶의 선언이었다.
③ 서로군정서와 대한독립군단
1920년대 초, 그는 신흥무관학교의 인맥을 토대로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 의 간부로 활약했다. 이 조직은 독립군의 군사훈련과 행정을 담당하며 무장투쟁의 기반을 마련한 기관이었다. 이후 그는 여러 독립군 세력을 통합해 대한독립군단을 결성하고 러시아령 자유시로 이동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념의 갈등이 낳은 참혹한 비극, 자유시 참변이었다. 지청천은 그 현장에서도 끝까지 무력 충돌을 막으려 했지만, 수많은 독립군이 희생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 사건은 그에게 “총보다 조직이, 분열보다 통합이 중요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④ 한국독립군과 한·중 연합작전
1920년대 후반, 그는 다시 무기를 들었다. 만주에서 한국독립군을 창설하고 중국군과의 연합작전을 지휘했다. 특히 1932년 이후 지청천은 중국 호로군(互助軍) 과 손잡고 흥경성, 통화성 등지에서 일본군과 교전하여 여러 차례 승리를 거두었다. 이 시기 그의 리더십은 철저했다. 그는 항상 “군율은 강해야 하지만, 병사는 백성을 해치지 말라”고 명령했다.
⑤ 광복군 창설과 총사령관 취임
1930년대 후반, 중국 내 독립운동 세력은 민족혁명당과 한국독립당으로 갈라져 있었다. 지청천은 분열을 우려하며 다시 통합에 나섰고, 194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요청으로 충칭에서 한국광복군 창설(9월 17일) 에 참여했다. 그는 초대 총사령관으로 선출되어 광복군의 체계적 훈련과 군율 확립을 주도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조선이 스스로의 군대를 세우는 일”이었다.
“총 한 자루가 아니라, 명분 하나로 싸운다.”
⑥ 해방과 국군의 뿌리
1945년 해방의 날, 그는 “이제야 조국의 군복을 입을 수 있다”는 눈물로 환호했다. 귀국 후 그는 미군정의 혼란 속에서도 군사 체계의 토대를 다지고, 대한민국 국군 창설과 국방 정책 수립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의 정신은 훗날 대한민국 육군의 교범에 ‘광복군정신’ 으로 계승되었다. 1957년 조용히 세상을 떠난 그는 지금도 ‘대한민국 군인의 뿌리’로 기억된다.
⑦ 다온의 한줄 정리
“제국의 군복을 벗고, 조국의 군복을 입은 진짜 군인.”
⑧ 출처
국가보훈부 공훈록 「지청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기록자료 「한국광복군 창설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청천 장군 평전』 (역사비평사, 2016)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 한국광복군』 (국방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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