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인물 개요
민종식(閔宗植, 1861~1921)은 조선 말기 충청 의병운동을 대표한 인물이다. 그는 벼슬길의 부귀보다 ‘도리’를 택한 선비였고, 나라가 기울자 붓을 던지고 칼을 든 사람이었다.
“벼슬로 나라를 구할 수 없다면, 피로라도 지켜야 한다.”
그의 생애는 권력의 길이 아니라 양심의 길, 그리고 한 사람의 충신이 나라의 주춧돌이 되려 한 이야기였다.
② 고종의 밀지 — 황제의 뜻을 받은 의병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조정은 이미 일본의 손아귀에 있었다. 그러나 고종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몇몇 충신에게 비밀 밀지(密旨)를 내려 “의병을 일으켜 국권을 회복하라”고 명했다. 민종식은 바로 그 밀지를 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공주의 옛 관찰사로서 지방 사정을 꿰뚫고 있었고, 그 명을 받들어 충청 일원에서 의병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황제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다.”
그는 벼슬을 버리고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③ 가산을 처분하다 — 모든 것을 던진 결의
민종식은 집안의 논밭과 재산을 모두 팔아 군자금과 무기, 식량을 마련했다. “내 집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면 백 번이라도 버리겠다.” 그는 가족에게조차 양해를 구하지 않고, 사재를 털어 의병들을 모았다. 그의 부대는 엄격한 군율을 세웠다.
“나라를 위해 싸우되 백성을 해치지 말라.”
그는 무기를 들고 나서면서도 ‘의(義)’의 명분을 잃지 않았다. 그에게 의병은 단순한 무장이 아니라, “무기를 든 도덕”이었다.
④ 홍주성 전투 — 충절의 불꽃이 타오르다
1906년 봄, 그는 공주에서 의병을 모집해 홍성(홍주성) 으로 진군했다. 홍주성은 당시 충남 일대의 중심지로, 일본군이 점령하고 있던 요충지였다. 민종식은 약 7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성을 포위했다. 그의 부대는 게릴라식 전투로 일본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며 끈질기게 싸웠다. 일본군은 포병대를 동원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나라를 잃고 사는 것은 죽음보다 부끄럽다.”
전투는 5일간 이어졌고, 결국 홍주성은 일본군의 대포 앞에 함락됐다. 그는 포로로 잡혀 일본 헌병대의 심문을 받았으나,
“나는 왕의 명을 받든 충신일 뿐이다.” 라고만 대답했다.
그의 태도는 오히려 일본인들에게도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⑤ 체포와 특사 — 끝내 꺾이지 않은 의
그는 옥고를 치르며 온갖 고문을 당했지만, 결코 일본에 굴복하지 않았다. 1907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으나, 1910년 순종의 즉위 특사로 석방되었다. 감옥을 나왔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싸움이었다. 그는 “몸은 감옥을 벗어났으나, 나라는 아직 갇혀 있다”고 말했다. 그 후에도 일제의 감시를 받으며 고향에서 조용히 지냈다가 1921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감옥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아 의병의 정신을 지킨 사람이었다.
⑥ 근대사적 의의
민종식의 봉기는 단순한 지방 항쟁이 아니었다. 그는 국왕의 뜻을 받든 유교적 충절의 마지막 상징이자, 근대 민족운동의 초석이었다. 그의 의병은 충남을 넘어 전북, 경북으로 번졌고 후대의 무장항쟁과 3·1운동으로 이어지는 정신적 불씨가 되었다.
“그의 싸움은 칼의 싸움이 아니라 양심의 싸움이었다.”
⑦ 오늘의 시사점
민종식의 삶은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익이 아닌 의리를 위해 무엇을 버릴 수 있는가?”
그는 권세를 버리고 가산을 던졌다. 패전 후에도 절망하지 않았고, 감옥에서도 기개를 굽히지 않았다. 그의 충절은 패배 속에서 빛났고, 그의 이름은 지금도 홍주성의 바람처럼 충남의 산천을 울린다.
⑧ 다온의 한줄 정리
“그의 칼은 충성의 명령이었고, 그의 삶은 의의 증명이었다. 왕의 뜻을 이어 양심을 지킨 사람, 민종식.”
⑨ 출처
국가보훈부 공훈록 「민종식」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독립기념관 인물DB 「이달의 독립운동가」(2003년 7월)
『대한매일신보』(1906년 6월 12일자, 홍주성 전투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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