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인물 개요
이재곤(李載崑, ?~1911)은 조선 왕실의 직계 종친으로, 영조의 손자이자 정조의 이복동생인 은신군(隱信君)의 양자이며, 남연군 이구와 군부인 여흥 민씨 사이의 둘째 아들이다. 즉, 고종과 같은 항렬의 황실 인물로, 왕실의 피를 이은 인물이었다. 나라를 지켜야 할 책임이 가장 무거웠던 그가, 결국 조선의 법과 왕실의 명예를 팔아 넘긴 첫 황족이 되었다.
② 주요 행적
이재곤은 대한제국 시절 법부대신으로 재임하며, 1907년 일본이 강요한 정미7조약 체결에 참여해 정미칠적 중 한 명으로 기록되었다. 그는 이 조약을 통해 조선의 군사권과 사법권을 일본에 넘겨주는 데 앞장섰고, 이는 대한제국이 스스로의 법으로 자멸하는 결과를 낳았다. 1910년 경술국치 당시에도 합병에 찬성해 일본 제국으로부터 남작 작위와 은사금 7만 원을 받았다. 오늘날 화폐 가치로 약 30억 원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그는 ‘황실의 충신’을 자처했지만, 그 충성의 대상은 조선이 아닌 일본 천황이었다. 이후에도 그는 불교계와 황실을 중심으로 한 친일 활동에 꾸준히 참여했으며, 일제 강점기 내내 광나루에 별장을 두고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의 후손들 또한 1960년 조사 결과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부유하게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의 배신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권력과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진 세습적 친일의 상징이었다.
③ 근대사적 의의
이재곤은 왕실의 피를 잇고도 일본 제국에 가장 먼저 충성을 맹세한 황족이었다. 그의 서명은 단순한 정치 행위가 아니라, 왕가가 스스로 제국의 신민이 되기를 선택한 순간이었다. 그의 선택은 이후 수많은 귀족과 관료들이 ‘합법적 친일’을 정당화하게 만든 왕실 배신의 기점으로 평가된다.
④ 오늘의 시사점
권력은 대를 잇지만, 명예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이재곤은 왕실의 금빛 족보 속에서 권세를 누렸지만, 그의 이름은 역사의 법정에서 ‘조선의 법을 판 자’로 남았다. 그의 후손들이 누린 부는 유산이었지만, 그 이름이 남긴 죄는 업보로 세습된 역사적 오점이었다.
⑤ 다온의 한줄 정리
“왕실의 피를 이었으나, 조국의 법을 팔고 세대를 걸쳐 부를 세습한 이름 — 조선의 배신자, 이재곤.”
⑥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독립기념관 《친일인명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
동아일보(1960.08.12) 사회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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