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인물 개요
권중현(1854~1934)은 충청북도 영동 출신으로, 조선 명문 무반 가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권율 장군의 9대손, 모친은 이순신 장군의 9대손으로, 두 ‘성웅(聖雄)’의 충절이 한 혈통에 모인 집안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피를 따라가지 못했다. 음서(蔭敍), 즉 조상의 공훈으로 벼슬에 나서는 제도로 관직에 진출해 스스로의 능력이 아닌 가문의 이름으로 출세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삶은 충의의 혈통이 권세의 욕망으로 변질된 한 예로 남았다.
② 주요 행적
권중현은 1905년 을사조약 체결 당시 외부대신(오늘날의 외교부 장관 격)으로서 조선의 외교권을 일본에 넘긴 서명자, 즉 ‘을사오적’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서명은 국권 상실의 결정적 순간이 되었고, 조선의 자주권은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 날이었다. 그는 고종에게 “부득이하게 조약 체결을 승인했으니, 죄를 용서하라”는 사직 상소문을 올렸다. 겉으로는 뉘우치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치적 쇼였다. 그 후에도 통감부의 자문관, 중추원 고문 등으로 일제에 적극 협력하며 조선의 침탈을 제도적으로 돕는 위치에 있었다.
③ 근대사적 의의
권중현의 행적은 ‘가문의 영예’가 ‘권세의 방패’로 변질된 전형이었다. 그는 나라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자신의 관직과 재산을 지키는 데만 몰두했고, 조선 후기 지식인 사회의 도덕적 몰락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두 성웅의 후손이 조국을 배신한 사례로서, 그의 이름은 역사의 아이러니로 남았다.
④ 오늘의 시사점
명문가의 혈통은 덕의 보증이 아니다. 조상의 공훈에 기대어 살아가는 삶은 결국 조상마저 욕되게 만든다. 권중현의 선택은 충의의 집안이 어떻게 탐욕의 이름으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준다.
⑤ 다온의 한줄 정리
“충의의 피로 태어나, 배신의 이름으로 끝났다. 성웅의 후예였으나, 조국을 팔아 권세를 산 자 — 권중현.”
⑥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독립기념관 《친일인명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종실록》 42권 (1905년 11월 18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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